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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1 오후 2:09:15 입력 뉴스 > 예천인터넷뉴스

예천의 장소성과 인문魂을 찾아서. <3>회룡포 독법(상): 지오그래피와 풍수



신도청시대 예천의 장소성과 인문
을 찾아서

<3>회룡포 독법(): 지오그래피와 풍수

 

경북 예천군 용궁면에 있는 회룡포(回龍浦)는 용궁 속의 용궁이다. 용궁의 중핵지(中核地). 온갖 용이 집결해 있는 용들의 땅, 미르랜드다. '겉 용궁'이 민()토피아, ()토피아, ()토피아로 구성돼 있다면, '[] 용궁'은 하나의 선()토피아를 이루고 있다. 명승 제16호에 걸맞게 산수 풍광도 빼어나거니와 무엇보다도 산줄기와 강줄기가 그 어떤 보물을 감추듯 회룡포를 에워싸고 있어 비밀스런 신비감을 더한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다 필자와 똑같은 생각일 수는 없다. 오래도록 회룡포에서 살아 온 거주자들은 좋은 쪽[토포필리아(topophilia):장소 사랑]이든 나쁜 쪽[토포포비아(topophobia):장소 혐오]이든 더 다양한 삶터 추억을 지니고 있을 것이며, 풍수연구가 중에도 그곳을 필자와 다르게 해석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모든 터는 개인, 사회 집단, 시대적 상황에 따라 장소 인식이 달라지기 때문에 늘 이용 상태가 바뀐다. 회룡포 일대의 각 장소들은 사람에 의해 지속적으로 의미 부여돼 온 일종의 문화적 누층체다. 회룡포의 고유한 장소성과 영역은 자연지리가 반영된 경우가 많지만 사회적으로는 특정 집단의 이데올로기가 담겨 있기도 하고, 또 역사적으로는 인간이 자연환경에 적응한 생태적 결과가 집적돼 있기도 하다. 지금 이 순간도 시대정신을 반영하며 끝없는 변신을 꾀하고 있는 곳이 바로 회룡포다.

 

회룡포의 역사지리성과 주민들의 삶터에 대한 인식 변화는 풍수적인 연구 주제가 아니다. 지표 위에서 일어나는 각종 자연 및 인문 사상(事象)의 공간적인 특성을 밝히는 지오그래피(geography)의 탐구 주제다. 전통[고전적]풍수는 자연지세와 강물의 흐름, 방위 등을 살펴 '터'가 사람에게 끼치는 일방적인 길흉만을 판단하며, 사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분묘 하관(下官) 시간대를 정할 때 망자의 생년월일 정도를 감안하는 정도다.

 

지오그래피[지리학]는 땅과 관련된 자연 및 인문 생활세계에 대한 보편적인 법칙과 객관적인 진리를 체계적으로 해석하고 설명하는 일종의 과학이다. 통계적 검증과 형이하학적 방법론을 유지하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다. 풍수는 눈에 보이지 않는 형이상학적인 '()'를 얘기하기 때문에 철학적이고, 주관적이다.

 

그러나 풍수와 지리학은 생활세계의 여러 현상을 해석하고 설명한다는 동일한 취지와,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풍수는 상징과 은유의 방식을 사용하고, 지리학은 가설과 추리의 방식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결국 풍수와 지리학은 동일한 사실을 서로 다른 두 사투리로 말하는, 동전의 앞뒷면과도 같은 관계라 할 수 있다.

 

풍수의 물활론적이면서도 환경결정론적인 도그마에 인과관계의 논리적 사고를 보완해 주는 것이 지오그래피이고, 지오그래피의 확률 논리 중심적인 무미건조한 이성적 사고에 기()와 감성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 풍수인 것이다.

 

땅과 관련된 지금의 시대정신은 '풍수학'이 아닌 '지오그래피'가 대세다. 회룡포 일대의 장소 브랜딩과 마케팅 홍보물도 지오그래피를 중심으로 풍수가 약간 가미돼 있는 듯한 형태다. 안타까운 점은 명승 제16호인 회룡포 일대의 장소성 구축과 정체성 강화 방향이 그곳에 실제 거주하는 사람의 입장이 아닌, 외부 관찰자[관광객 포함]의 관점에서 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떤 삶터든 주민들의 역사 오랜 인식이 담긴 풍수와 지오그래피의 세계가 무시돼서는 안 된다. 복사하듯 모방한 가짜 장소 스토리텔링이 판을 치며, 심지어는 땅이름까지 왜곡돼 장소 정체성이 모호해지다가 결국은 색깔 없는 장소로 전락하고 말기 때문이다.

 

 회룡포의 왜곡된 정체성을 바로 잡고, 승경(勝景)에 걸맞은 장소 슬로건과 관광 시설물을 구축하며, 더 나아가 우리 한국인의 보다 격조 높은 자연관 수립을 위해서는 지오그래피와 풍수학, 두 프레임[讀法]의 보편성과 독창성을 융합하는 상호 윈윈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땅이름[地名]의 문화역사 지오그래피와 풍수

속 용궁은 용궁면 대은리 신당마을 남쪽 회룡교를 건너면서 시작된다. 회룡마을내성천 제1 뿅뿅다리회룡포마을내성천 제2 뿅뿅다리용포마을이 차례로 입지해 있다. 회룡마을과 회룡포마을은 행정구역상 예천군 용궁면에 속하지만 용포마을은 지보면에 속한다.

 

 

주로 산줄기 능선과 강줄기 한복판이 행정구역 경계선으로 설정되는 바, 태백산에서 줄곧 남서방향으로 달려온 문수지맥이 그 끝자락 비룡산에서 갑자기 동쪽으로 급선회해 멈추고, 또 소백산에서 시작된 국사지맥의 학당산 한 여맥이 마치 손깍지를 낀 듯 비룡산 줄기 처로 파고든 가운데, 그 사이로 내성천 물줄기가 350°로 굽이쳐 흐르니 행정구역 경계선도 덩달아 춤을 추듯 이리 돌고 저리 돌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든 행정구역일 뿐, 그 세 마을은 비룡산과 학당산, 그리고 내성천이 하나로 어우러진 '속 용궁'의 한 지붕, 한 핏줄의 형제마을이나 다름없다. 의성포(義城浦)라 불리던 마을이름이 회룡포로 고쳐진 과정을 봐도 그렇다. 외지인들이 이 땅 안의 최고 물돌이 마을인 의성포가 의성군에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자꾸 그쪽 행정기관에다 문의 전화를 걸자 1999년에 예천군은 회룡마을의 자와 용포마을의 '용'자를 따서 아예 회룡포로 개명을 해버렸다.

 

알고 보면 회룡포라는 지명은 두 번이나 크게 환골탈태하는 과정을 겪었다. 첫 번째는 의성포라는 왜곡된 땅이름에서부터 시작됐다. 의성포의 원래 이름은 이성포(二城浦)였다. ()은 어떤 장소를 빙 둘러친, 흙으로 쌓은 담이라는 뜻을 지녔다. 예전에 도시를 이중으로 둘러싼 울타리의 안쪽의 것을 성(), 바깥쪽의 것을 곽(:)이라 하고, 그 둘을 합쳐 성곽이라 했다.

 

또한 무덤 뒤에 반달 모양으로 두둑하게 둘러쌓은 토성(土城)을 사성(莎城)이라고 불렀다. 회룡포마을 둑 벤치에 앉아 사방을 한 번 둘러보라. 안쪽으로는 내성천 강줄기가 수성(水城)을 이루며 350°를 두르고 있고, 바깥쪽에는 비룡산과 학당산 줄기가 토성(土城)을 이루며 360°를 감싸고 있다. 이렇듯 두 개의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성(), 즉 울타리가 마을을 위호해 주고 있는 터이기에 이성포라 명명했던 것이다.

 

따라서 '곡류하는 내성천에 의해 기묘하게 이루어진 지형이 의로운 자연환경을 이루었다고 해서 '()' 자와 내성천(乃城川)이라 할 때의 가운데 글자 성() 자를 따서'의성'이라 하고, 거기에 삼면이 강변이나 개천이 끼어 있다고 해서 물가를 의미하는 '()' 자를 합해 '의성포'라 명명했다'거나, 또는'의성에 살던 김씨들이 그곳에 이사를 오게 돼서 의성포라 부르게 됐다'는 등등의 기록과 말들은 한낱 지어낸 허구적인 이야기에 불과한 셈이다.

 

현지 주민이 이성포라 한 것을 외부인이 의성포로 바꿨듯이 주민들이 '퐁퐁다리'라 명한 것을 취재 기자가 '뿅뿅다리'로 바꿔 놓은 것은 실로 우리를 기막히게 한다. 회룡포로 건너가는 다리는 공사장에서 흔히 비계(飛階)용 발판으로 사용되는 구멍이 뽕뽕 뚫린 철판, 속칭 '아르방'으로 만들어져 있다.

 

 

마을 주민들이 여름철에 비가 많이 내려 철판 바로 밑바닥까지 물이 차오를 때 다리를 건너면 뚫린 구멍 사이로 강물이 퐁퐁 솟아올라 '퐁퐁다리'라 별칭했는데, 그것을 1998년도에 기자가 기사를 쓰면서 제멋대로 '뿅뿅다리'로 바꾼 것이다.

 

 

회룡포 관광 안내판에 그런 내력이 버젓이 소개돼 있으니 기왕지사 그렇게 된 일을 이제 와서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그 아르방 다리가 없던 시절에, 신당마을-회룡마을-회룡포마을-용포마을을 잇는 내성천변에 세 개의 나루터가 있었다는 사실을 회룡포 장소성 강화 방안[관광 명소화 전략]에서 간과하고 있는 것이 사뭇 아쉽게 느껴진다. 예전에는 용궁장과 지보장을 오가려면 반드시 세 나루를 거쳐야만 했다.

 

1939년 향토사학자 이동락이 편찬한 예천군지, '군 남쪽 60리 지점에 회룡삼중진(回龍三重津)이 있다'는 기록이 나온다. 이는 곧 '용포대기(龍浦臺記)'에 나오는 '시무나드리[시물나드리: 나드리는 나루를 칭하며, 같은 물을 세 번 건넌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용궁장을 보러 갔다가 신당-회룡마을을 잇는 첫 번째 나루[현재의 회룡교]를 건너고, 그 다음에는 회룡마을과 이성포[회룡포]마을을 잇는 두 번째 나루[현재의 제1뿅뿅다리]를 건넌 후,

 

또다시 이성포와 용포마을을 잇는 세 번째 나루[현재의 제2뿅뿅다리]를 건너야 비로소 최종 목적지인 용포마을에 도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회룡삼중진'은 구한말 혼란한 세태를 피해 용포로 입향했던 안동 장()씨 집안에서 자신들의 삶터 지리적 정체성[아이덴티티]을 대외적으로 알리고자 했던 일종의 상징적 장소 브랜드명이었다.

 

회룡포마을 안내문에 이성포의 올바른 의미를 적어 놓고, 2 뿅뿅다리 안내문 옆에 '회룡이중진 회룡포마을'과 '회룡삼중진 용포마을'이라는 옛 장소 브랜드 이름을 나란히 병기해 놓는다고 가정해 보라. 회룡포에 놀러온 사람은 누구든 그곳이 내성천 강줄기와 비룡산·학당산 산줄기로 두 겹 둘러싸여 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또한 물을 세 번 건너는 것을 직접 체험하거나 혹은 뿅뿅다리를 마치 나룻배를 탄 듯한 느낌으로 건널 수도 있어 회룡포 관광이 그 만큼 더 흥미롭고 재미있어질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 큰 변화는 '회룡포'라 할 때의 '회룡'의 원뜻이 전격적으로 바뀐 일이다. 풍수에서 말하는 '()'은 대개 '산줄기'를 말한다. 가끔 수룡(水龍)을 얘기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산이 없는 넓은 평원을 굽이치며 흐르는 강줄기를 얘기할 때나 가능하다.

 

용궁의 '회룡'도 원래는 '산줄기가 도는 것'을 의미했다. 문수지맥 끝자락에 자리한 회룡마을은 비룡산이 그 뿌리가 되는 학가산 방향[]으로 머리를 돌려 마치 조상을 돌아다보는 듯하다[回龍顧祖形: 祖山에서 빙 돌아 내려와 몸을 튼 용이 다시 祖山을 바라보는 형세를 한 혈]고 해서 지어진 땅이름이다.

 

그런 산룡(山龍)의 회룡을 예천군이 수룡이 회룡하는 것으로 확 바꿔버렸다. 하기야 서양지리학에서도 강줄기가 굽이치며 흐르는 것을 곡류천(meander) 혹은 사행천(蛇行川)이라고 일컫는다. 물굽이가 심하게 감아 도는 내성천 강줄기 형상을 용에 비유하든 뱀에 비유하든 문제될 것은 없다.

 

 ‘물돌이 마을도 물줄기 자체에 집중하면 하회(河回)’회룡(回龍)’ 같은 이름이 될 것이고, 땅에 집중하면 무섬[물섬:水島里]’이나 회룡포같은 이름이 될 뿐이니 그것은 어디까지나 선택과 집중의 문제일 따름인 것이다.

 

그로써 예천의 속 용궁은 '물이 있어야 용이 승천한다'는 '산 따로, 물 따로'의 고전적 풍수 논리를 넘어 '비룡산 산룡과 내성천 수룡'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세계 유일의 '미르랜드[용들의 땅]'로 승화되었다. '속 용궁'에는 그밖에도 청룡과 황룡, 쌍룡과 삼룡, 바위 용[石龍]과 그림 용[畵龍], 운룡(雲龍)과 비룡 등 온갖 용들이 있지만 가장 근본이 되는 용은 어디까지나 그 두 용이다.

 

이성포가 의성포로 바뀐 것은 풍수적 지명이 일종의 유교식 지명으로 바뀐 것이고, 또 그 의성포가 회룡포로 바뀐 것은 유교식 지명이 풍수적 지명으로 환원된 것이다. 풍수지명으로의 그런 회귀는 어쩌면 용들의 땅, 용궁이 지닌 필연적인 숙명일지도 모른다.

 

경관 입지(立地)의 지형 지오그래피와 풍수

회룡포 일대의 내성천 유로는 해발 약 60m 안팎 되는 곳에서 상류로부터 남서 방향으로 직류하던 내성천이 S자가 좌우로 뒤집힌 모양(Ϩ)으로 휘돌면서 감입곡류하다가 '속 용궁'을 벗어나서는 반시계방향으로 크게 다시 휘감아 돌면서 낙동강에 합류하고 있다.

 

 

감입곡류천은 신생대 이전에 형성된 평지의 자유곡류천이 지각 변동으로 땅이 융기할 때, 유수가 하방 침식 작용으로 원래의 유로를 따라 더욱 깊은 골짜기를 팠기 때문에 형성된 하천이다. 그래서 대부분 좁은 골짜기를 따라 흐르며, 하천 연안의 경지가 협소하고 급경사를 이루고 있는 곳이 많다. 공격[침식]사면 쪽은 대개 절벽이나 바위로 형성돼 있고, 그 반대편 보호[퇴적 혹은 활주]사면 쪽은 모래나 자갈이 쌓인 퇴적지형이 나타나기도 한다.

 

 

회룡포는 서쪽 내성천 건너 공격사면에 있는 급경사의 비룡산 하식애[절벽], 과거와 현재의 하천 바닥 높이 차이를 드러내 주는 계단 모양의 하성[하안]단구, 물돌이 하도에서 공격사면의 맞은편에 위치한 활주사면을 따라 쌓이는 포인트 바[point bar:곡류사주]라 불리는 흰 모래밭, 곡류수의 침식으로 마치 새의 목[]처럼 지맥이 가늘어진 미앤더 넥(meander neck) 등이 나타나는 하천지형의 박람회장 같은 곳이다.

 

하천 양안의 범람원성 충적토에 들어앉아 있는 반듯하게 잘 정리된 농경지와 고즈넉한 전원풍의 마을 주택들, 그리고 저 홀로 두면 외로움에 지칠까 봐 '회룡포 섬'을 뭍과 연결시켜 놓은 두 개의 생명줄 같은 뿅뿅다리는, 어떻게 하면 천작(天作)의 자연 경관과 인작(人作)의 인문 경관이 함께 호흡할 수 있는가를 가르쳐 주는 살아 있는 교과서나 다름없다.

 

'속 용궁'을 이루는 세 마을[회룡마을, 회룡포마을, 용포마을]은 다 같이 강가에 터 잡았는데, 모두 하천 보호[퇴적]사면 쪽에 터를 잡아 큰물이 지더라도 수해를 입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지보면 마산리에서 이거해 온 안동 장씨들이 내성천을 건너지 않고 자리 잡은 용포마을은 강물의 침식[공격]사면 쪽에 놓여있기는 하지만 인공제방으로 비보(裨補)돼 있어 크게 염려할 일은 아닌 듯하다.

 

지오그래피에서 말하는 하천의 보호사면과 공격사면을 풍수에서는 활 모양에 비유하여 궁수(弓水)와 반궁수(反弓水)라고 한다. 강물이 활처럼 휘어서 내[자신] 쪽을 감싸 안은 듯 흐르는 궁수를 길수(吉水)로 여기며, 물이 흘러가는 모양이 마치 활 등처럼 휘어져 혈처에서 볼 때 등을 보이면서 흘러가는 물을 반궁수라 하여 흉수(凶水)로 여긴다.

 

 그렇게 길수와 흉수로 나누는 것은 물론 환포하는 자리 즉 궁수 지형을 길지로, 배반하는 자리 즉 반궁수 지형을 흉지로 구별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궁수와 반궁수, 보호사면과 공격사면은 알고 보면 위치의 상대성에 불과하다. 반궁수가 있으니까 궁수도 있는 게고, 공격사면이 있으니까 보호사면도 있는 게다. 회룡대(回龍臺)에서 무용(無用)의 용()’의 논리를 한 번 시각적으로 검증해보도록 하자.

 

그 정자는 내성천 물결이 세게 와서 부딪치는 반궁수 쪽 비룡산 바위 절벽 위에 터 잡고 있다. 2 전망대인 용포대와 제3 전망대인 사림봉(莎林峰)도 같은 입지 형태다. 회룡포에서 바라볼 때 그 절벽은 별 쓸모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곳에서 조망되는 속 용궁의 파노라마적 경관은 가히 선경을 방불케 한다. 그런 절묘한 부감처(俯瞰處)에 속 용궁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정자를 세우지 않았던들 어찌 회룡포가 명승 제16호라는 영예를 얻을 수 있었겠는가.

 

청담이 택리지에서, '바닷가에 사는 것[海居]보다 강가에 사는 것[江居]이 좋고, 강가에 사는 것보다 시냇가에 사는 것[溪居]이 좋다'고 한 말을 아직도 금과옥조로 신봉하는 사람이 있는 듯한데, 명당은 결코 '절대적으로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공간 개념이 아니다. 나이, 성별, 건강 상태, 시간, 토지이용 목적, 과학기술 수준 등과 같은 다양한 변수에 따라 상대적으로 언제든지 상황이 바뀔 수 있는 게 바로 명당성이다.

 

'회룡삼중진'으로 상징되는 용포마을 터는 회룡이나 회룡포 마을에 못 미친다. 산세, 수세, 천기, 지기 등 모든 객관적인 풍수 판단 기준 면에서 그렇다. 그러나 유일하게 반촌(班村)의 특성을 갖추고 있는 용포마을은 문화역사 지오그래피적 측면으로 볼 때는 세 마을 중 가장 빼어나다. 예부터 깨끗한 집의 대명사로 근동에서

 

'청민마장(靑閔馬張:풍양면 청감리 여흥 민씨와 지보면 마산리 안동 장씨)'으로 불려온 안동 장씨 가문의 장복희(1845~1912)가 마산리에서 용포로 입향한 이후로, 그들의 조상인 장신립이 소요했던 금오산 동쪽의 남오정(南塢亭)1932년에 용포동으로 옮겨졌으며, 1965년에는 지보면 마산리에 있던 장신립의 별묘도 용포로 이건되고, 1945년에는 장규명이 강학하던 와룡당(臥龍堂)이 용포동에 세워졌다.

 

현재 마을 어귀에는 '장석도선생공적기념비(張錫道先生功績紀念碑)'라 새겨진 조그마한 석비(石碑) 하나가 세워져 있다. 뒷면에 '비룡산은 솟아 있고 한천수(漢川水)는 흐르는데 어둡던 우리 마을 구석구석 밝혀주신 그 은혜 저 공적은 산수와 공존하여 영세불망하리로다. 기미년 삼월 용포동민 일동'이라고 적혀 있다. 장소 정체성이 뚜렷한 무척 뜻 깊은 기념비가 틀림없어 보인다.

 

반면에 비룡산 초입에 세워져 있는 용주팔경시비의 입지 정체성은 그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용궁출신 김영락이 노래했다는 용주팔경에 '속 용궁'을 노래한 것은 사실 하나도 없다. 팔경 중 하나인 '비룡산 걸친 구름[飛龍歸雲]'도 어디까지나 '겉 용궁'에서 비룡산 쪽을 바라본 모습이지 '속 용궁'에 들어와서 본 모습은 아니다. 읍부리 포금산 어디쯤에 있어야 할 시비(詩碑)가 시 내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나머지 잘못 선정된 장소에 세워진 것이다.

 

비룡산 꼭대기에 회룡대 정자와 영월 엄씨 묘가 터 잡고 있다. 두 입지물이 산 정상부 아래위로 나란히 놓여 있다고 말하는 것은 지오그래피적인 설명이다. 그러나 두 입지물이 제각기 그 터에서 누리고자 하는 '기'가 무엇인가 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 즉 풍수 세계의 문제다. 시비가 놓인 장소가 비룡산의 또 다른 기 스팟(spot) 명소인 '용의 입'에 해당하는 자리이기에 더 문제가 된다는 뜻이다. 그 혈처(穴處)에는 과연 무엇이 가장 잘 어울릴까. [이몽일 경북환경연수원 객원교수·풍수학박사]

 

 

 

 

 

정차모 기자(jcm54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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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몰라요! 예천군 관내 BMW 차량 몇 대인지..
예천군 200명 참가한다며 홍보했던 중국 활 동..
예천군 가축 폭염 피해예방 위해 4억 5천만 원..
대창고 관악부와 예천여중.여고.경북일고 등 '..
경상북도 12일까지 예천, 안동 등에 항공방제단..
노인지원서비스센터&예천여고 세잎클로버 동아..
예천교육청 창의성과 조작활동을 통한 구체물 ..
예천군 2018년 정기분 주민세 24,823건 총 3억 ..
'회원증 하나로 전국 도서관 어디서나' 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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