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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5 오전 11:18:25 입력 뉴스 > 칼럼&사설

패자는 승자에게 꽃다발을, 승자는 패자에게 따뜻한 위로를 할 차례다..



선거가 끝났다. 제7대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패자는 승자에게 꽃다발을, 승자는 패자에게 따뜻한 위로를 할 차례다.

당선자들은 선거 때 들었던 국민의 한결같은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외침을 소중히 받아들여 국민이 현재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당선자들도 하루빨리 승리의 도취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 너 나 할 것 없이 선거전이 시작되기 이전인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패자를 감쌀 줄 알고 선거기간 내 고소ㆍ고발로 얼룩진 민심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화합과 통합의 길이 절실히 요구된다

 

다산 정약용이 강진 유배 중이던 1814년, 친구 이재의가 영암군수인 아들을 위해 목민관의 자세에 관한 글을 적어 달라고 부탁했다. 다산은 일곱 개 항목에 걸쳐 '영암군수 이종영에게 주는 글(爲靈巖郡守李鍾英贈言)'을 지어줬다. 첫 대목에 쓴 고사성어가 '육자염결(六字訣)'이다.

 

중국 소현령(蕭縣令)이 부구옹(浮丘翁)에게 고을을 잘 다스리는 법을 묻자 부구옹이 '육자비결'을 알려줬다. 먼저 청렴할 염(廉)자 세 개를 주며 재물.여색·직위에 적용하라고 했다. 나머지 글자를 물었더니 또 '염.염.염'이었다. 청렴해야 공직생활이 투명하고, 위엄이 있어 백성이 따르며, 강직해서 상관이 가벼이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산은 이어 윗사람과 아랫사람 대하는 법을 가르쳐줬다. '상관의 위협과 아전의 농간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자리와 월급에 연연하지 말라' 사심이 없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 또한 청렴과 직결된다. 세 번째와 네 번째는 공정형벌이다.

 

'백성에게 해를 끼친 민사(民事)는 가장 엄한 상형(上刑), 나랏일에 소홀한 공사(公事)는 중형(重刑), 고을 일에 게으른 관사(官事)는 하형(下刑)으로 처벌하되 목민관의 사적 업무를 서투르게 처리한 사사(私事)는 무형(無刑)으로 다스리라' 예나 지금이나 공사 구분이 뚜렷해야 기강이 선다. 못난 수령들은 반대로 한다.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는 아전 통솔법이다. 토착 세력에 농락 당하지 않으려면 사정을 면밀히 파악하고 현장 확인 후 검증 결과를 대조하는 등의 업무 시스템을 확립하라는 것이다. 마지막은 재정 운용이다. 없는 것을 퍼주겠다는 허세보다 (백성에게) 빼앗지 않는 것이 낫다. 반드시 수입을 헤아려 지출하라.

 

다산은 '7계명' 외에 이종영이 함경도로 옮겨갈 때 목민관이 두려워해야 할 네 가지'도 일깨워줬다. '아래로는 백성, 위로는 감찰기관, 그 위로는 조정, 더 위로는 하늘을 두려워해야 하는데 대개 감찰기관과 조정만 무서워할 뿐 백성과 하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다산의 '목민심서' 72조항 역시 '공렴(公廉·공정과 청렴)'이라는 두 글자로 압축된다. 그가 공직에 나섰을 때도 '공정과 청렴으로 정성을 다하겠다(公廉願效誠)'는 시구로 출사표를 던졌다. 200년 전 그의 가르침은 6월 13일 선거에서 뽑힌 당선자들의 공직 지침이자, 기준이기도 하다. 6·13 지방선거가 끝났다.

 

세상에 다시 평화가 온 듯하다. 온 종일 웅웅거리던 선거 차량들도 사라졌고, 울긋불긋 거리를 채웠던 선거운동원들의 몸짓도 끝났다. 당락에 따라 각 정당과 후보자들의 명암이 교차할 것이다. '말은 곧 그 사람 자신이다'라고 말한다. 말 속에는 그 사람이 지닌 인격도 동시에 보여주기 때문이다.

 

말은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것의 중요성을 언급한 고전이나 잠언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말이 가지고 있는 위대한 힘을 알기에, 지금까지도 좀 더 신중한 언어사용을 당부하는 것이다.

 

특히 동양에서는 군자의 인격수양을 위한 필수덕목으로 언행이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고 말한다. 인간이기에 바르게 생각하고 말하며 행동할 줄 아는데, 올바른 언행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 인격을 완성하는데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공자의 제자들 중에서 재여는 말을 아주 유창하게 잘했다. 하지만 스승은 제자가 말로 인해 재앙을 당할까봐 항상 노심초사했다. 하루는 대낮에 낮잠을 자는 재여를 보고 공자가 말하기를, 썩은 나무에는 조각을 할 수 없고, 썩은 흙으로는 담장을 바를 수 없다.를 내가 무엇을 탓하겠느냐?

 

내가 처음에는 사람을 대할 때 그의 말을 듣고 행동을 믿게 되었는데, 지금은 사람을 대할 때 말을 듣고도 그 행동을 살피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이 다 재여 때문이다.이라고 했다. 공자는 재여가 낮잠을 자서 혼낸 것이 아니라, 평소 실천하고자 하는 노력은 부족하면서 언변만 뛰어난 제자의 잘못됨을 지적한 것이다.

 

공자는 나아가 실천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옛 사람들이 말을 함부로 하지 않은 것은 행동이 그에 따르지 못할 것을 부끄럽게 여겨서이다(古者, 言之不出, 恥躬之不逮也.)'라고도 하였다. 말이 아무리 훌륭해도 행하지 않으면,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것이다. 행한 뒤에야 말이 따르거나, 적어도 언행이 일치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옛사람들이 말을 잘하는 사람보다는 말이 서툰 사람이 더 낫다고 한 이유이다. 사람은 누구든지 좋은 말을 하고 싶어 한다. 자신의 말이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여 자기의 뜻과 같아지기를 희망하는 본능적 속성 때문이다. 일단 상대의 생각을 내 생각과 같아지게 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미사여구의 속빈 말들을 끊임없이 늘어놓고 본다. 책임져야 하는 행동의 실천 여부는 뒷전이다.

 

오직 고상한 척 하면서 위선적인 말들을 번지르르하게 늘어놓고 본다. 이러한 말들 속에서 실천에 대한 미더움이나 진실성은 애초부터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늘상 선거철만 되면 후보들의 수많은 공약들이 쏟아진다. 지키지도 못할 약속이면서도 서로가 경쟁하듯이 공약 발표만 남발하고 있다.

 

또한 유권자는 공약을 일일이 비교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후보 본인들도 자신의 공약을 모두 기억이나 할는지 의심이 들 정도이다. 그저 당선만 되고 보자는 일시성 공약일 뿐이지, 국민을 위한 공약이라고는 전혀 와 닿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러한 공약들도 선거가 끝나면 언제나 그래 왔듯 모두의 뇌리 속에서 신기루처럼 사라지곤 한다. 선거 전 공약(公約)이 선거 후에는 공약(空約)이라는 당연한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예상해서인지도 모를 일이다. '정치는 말을 많이 하는 데 있지 않고, 얼마나 힘써 행하는 가에 달려 있다(爲治者不在多言, 顧力行何如耳)'는 것을 후보자나 유권자들은 아는지 모르겠다.

 

'정책선거'는 '실천선거'의 또 다른 표현이다. 후보자들은 말을 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누구나 말하는 것은 쉽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안다. 적어도 국민의 심부름꾼을 자처하는 분들이라면 당연히 먼저 행동이 앞서야 하는데, 애초에 실천으로 옮기겠다는 마음이 없다면 규율과 제도가 있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말이 그 자체로서의 가치를 지니려면 몸이 따라와야 진정한 가치를 발휘하므로, '먼저 실천하고, 그 다음에 말하라(先行後言)'는 공자의 말씀을 당선인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당선인에게는 축하를, 낙선인에게는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7월 1일자로 민선 7기가 출범한다.

 

당선인들은 이날 취임과 동시에 공식업무에 들어간다. 4년 임기동안 이들이 수행해야 할 임무는 막중하다. 지역주민들이 즐겁게 일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살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소임이 부여돼 있다. 도지사와 시장·군수, 도의원, 시·군의원은 지역주민들을 편안하고, 즐겁게 해야 하는 책무를 갖고 있다.

 

주민들은 오래 기다리지 않는다. 취임 후 1년 만에 기틀을 잡고, 3년 안에 성과를 증명해 주길 바라고 있다. 4년 마다 치러지는 선거제도 특성상 그럴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당선인이 앉는 자리는 4년이라는 짧은 임기내에 성과를 내기 위해서 엄청난 열정과 무한한 능력, 헌신 등이 요구되는 자리이다.

 

공자는 중국 춘추전국시대 당시 제왕들에게 이렇게 경고했다. '1년 이내에 기틀을 잡고, 3년 이내에 성과를 보여야 한다. 만약 그렇게 하지 못했다면 크게 반성하라'고 했다. 지금 당선인들이 새겨 들어야 할 경고이다.

 

후보자 때의 초심을 잃지 않고 열정과 능력으로 유권자들과 한 약속을 지키고, 지역주민들을 받들고, 지역발전에 헌신하라는 것이다. 군수, 광역의원, 지방의원 당선자들에게 축하를 보내며 주민에게 약속한 공약을 반드시 실현하기를 당부한다. 이는 유권자들과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정차모 기자(jcm54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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