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오늘은 20회를 맞이하는 기자의 날이다. 나름 의미가 있겠지만 유래를 살펴보면 1980년 5월 20일 전두환 신군부의 언론검열에 맞서 기자들이 일제히 제작거부에 들어간 날이다. 먼저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일반 국민들은 어떤 견해를 갖고 있을까. 불가원 불가근 멀리도 가까이도 하지 말라는 뜻인데 그런 말이 전해질 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일단 기자라는 신분에 대해 일반적으로 곱게 보는 시각은 드물다 아니 전무하다. 그 이유는 하루 이틀만에 각인된 것이 아니라 수년, 수십년 누적된 불신이 자초한 일이다.
불신, 신뢰를 얻지 못한다는 뜻인데 주어진 권한이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던 과거도 있겠지만 원하는 대로 좋은 보도를 얻어내지 못했거나 부패한 권력이나 경제적 수혜자들이 나오는 대로 지껄인 말들도 한 몫 했을 것이다. 게다가 언론사의 운영 목적이 영리가 아니라 공익이고 수익구조 또한 광고시장에 의존하다 보니 언론사 종사원들의 주머니 사정 또한 넉넉한 편은 아니었다. 정론직필도 배가 고픈 기자들에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당연히 돈과 권력의 그늘에서 눈치볼 수 밖에 없고 사주의 경영상 어려움에 기자 정신을 발휘하며 내부적으로 부딪히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다.
어쨌거나 그런 와중에도 군사 독재시절 그 살벌한 보도검열에도 불구하고 할말은 하던 시절도 있었고 지금은 다양한 형태와 표현방법으로 국민들의 알 권리 충족에 일조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사회적 편견을 견뎌가며 수년, 수십년 기자생활을 해 온 많은 사람들 중 과연 기자로서의 본분을 다하며 털어서 먼지 안나는 기자가 얼마나 있을까. 그리고 관공서의 보도자료 외에 개발기사나 기고를 작성하며 사회정의를 위해 늘 자기성찰의 연마를 게을리 하지 않은 기자가 얼마나 될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2026년 물가 기준 적어도 수백만 원은 있어야 기본적인 가장으로서의 살림을 꾸려갈 수 있는데 메이저 언론부터 지역의 로컬 인터네뉴스까지 4대 보험 다 들어가며 넉넉히 급여와 보너스를 줄 수 있는 언론사가 과연 얼마나 될까. 사회 정화까지는 몰라도 최소한 국민들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정보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자가 되려면 춥고 배고프지 않아야 한다. 정부나 대기업, 공기업은 물론 사회를 이루는 모든 기관 단체는 물론 건설, 부동산, 금융, 교육,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본적으로 홍보는 필수다.
그러니 홍보비용이 책정되는 것이고 방송이나 신문도 여기에 기생하며 운영비 충당의 갈증을 해소한다는 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문제는 홍보비를 지급하는 기준이 이현령비현령이다. 마치 두루미가 좁은 호리병에 먹이를 담아두고 주둥이 긴 조류만 먹으라는 것과 같다. 피하지 못할 홍보비를 잘만 편성해도 수백개도 넘는 로컬 뉴스들의 다양한 개발기사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 보도가치로 보자면 전문기자 서너명이면 충분히 생산할 수 있는 기사를 아침부터 저녁까지 몇 번이나 울궈먹는 방송사가 있는가 하면 보도 욕심에 일단 오보를 내고도 정정이나 반론을 하지 많고 버티는 신문사들이 외려 더 많은 홍보비용을 편성받아 거대 공룡으로 군림하는 것도 비일비재하다.
반면 옹달샘의 맑은 샘물 같고 붉은 장미의 가시 같이 소박하지만 예리한 기사들도 산적하다. 기자라는 직업은 타 직종에 비해 단명이다. 굳이 통계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제는 건강 뿐만 아니라 사회적 편견까지 더해 하나 둘씩 기자증을 버리고 다름 삶을 찾는 일이 증가하고 있다. 또는 기자 수입으로는 살기 어려우니 다른 업종으로 이중직업을 가져야 할 판이다. 당연히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 속세의 이해관계와 뒤섞이니 무슨 정론직필이 가능할까. 그나마 기자랍시고 거들먹 거리던 시대는 이제 막을 내렸다.
SNS가 발달하면서 유튜브가 대세를 이루고 홍보효과를 기대하는 광고주들의 선택은 점차 신문방송을 멀리하고 있다. 수익이 줄어든 언론사가 기자들에게 급여를 올려주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고 기자이기 이전에 목구멍이 포도청인 현실은 그 어떤 분야에서도 해결책을 내놓거나 협조할 상황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인심을 잃은 탓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홍보효과가 적은 것은 피할 수 없는 시대변화의 현주소다. 그렇다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기자 또한 평범한 기자의 범위에서 벗어날 수 없는바 나름 오랜 시간 고민했지만 이런 숙제는 결국 돈으로 종점을 찍는다.
금전적 여유가 올바른 취재 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이고 어차피 지출 예산에 잡힌 홍보비라면 돈 값어치를 하는 언론사에게 지급해야 한다. 어떤 기자가 홍보담당자와 친분을 쌓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떤 언론 기자단체가 무언의 압력을 행사하여 막대한 홍보비를 나눠 갖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출입하는 기관이나 단체의 장점을 각자의 견해에서 다양한 섹션과 장르로 나눠 알리는 노력, 그리고 문제가 있을 때 가감없이 지적하여 부패를 사전에 방지하는 소금 역할, 그런 역할을 잘하는 언론사의 기자에게 당연히 지급하는 것이 홍보비의 지급목적이 되어야 한다.
진정한 기자는 취재대상이 잘할 때 뜨거운 박수도 쳐 줘야 하지만 아플 때 쓴 약도 되어줘야 한다. 오늘도 노트북을 들고 출입처에 다니면서 사주나 데스크의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소신껏 기사를 송고하여 그 기사가 칼질당하지 않고 지면이나 인터넷에 올려지는 그런 세상을 기대해 본다. 세상의 모든 이해관계가 다 얽혀있는 언론, 그 일선에서 나름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일하는 기자 사회는 기자들이 필요할 때 온갖 하소연을 다하면서 정작 그들이 사회정의를 위해 고군분투하다 넘어지고 아파하면 얼마나 알아주고 손을 내밀었던가.
하기사 지금도 일선에는 글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다수의 사람이 기자라며 관공서를 찾아 직원들에게 취재를 위해 필요하다며 많은 자료를 요구하는 무례를 범하며 공무를 방해하고 있다. 과거 임금의 방귀소리까지 그대로 적었다는 사초들의 의지와 기록이 역사적 고증을 남겼듯이 오늘에도 취재, 사진, 편집 기자들과 보이지 않는 곳과 언론의 각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여 알권리 충족을 위해 뛰고 있는 관계자들에게 오늘만큼은 수고했다는 칭찬의 말 한마디 건네주는 따뜻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