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6월의 첫날이다. 사전선거도 끝나고 이제 본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오자 후보들은 점점 미쳐간다. 정상적인 정신으로서는 할 수 없는 초능력이 발휘된다. 여론조사가 오차 범위 안에 들수록 당선의 꿈은 확실하다는 환상속에 후보자는 물론 측근들의 기대감은 상한선을 모른다. 이미 한 자리씩 맡을 욕심을 감춘 채 후보자의 일정은 선거대책본부장과 분야별 담당자들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 상대 후보의 일거수 일투족에 꽂혀 있다. 아니라 말할 수 있는 사람 얼마나 될까.
선거 유세차량 에서 한표를 부탁하는 목소리도 쉰 소리고 길거리 운동원들의 90도 허리 굽힘은 2년 마다 한 번씩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듣도 보도 못한 후보들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자신만이 지역을 살릴 일군 이라며 지지를 호소한다. 안면에는 웃음이 자리를 잡아 아예 펴지질 않는다. 이 기자수첩이 나갈때면 당락에 빠른 희비가 엇갈릴 것이고 민주주의 축제라 할 수 있는 선거는 6월 4일 아침 던져진 주사위가 될 것이다.
3일밤 12시 경이면 당선자는 예천군 총무과에서 담당 공무원이 당선자를 모시러 올 것이고 그 순간부터 4년 간 예천군의 새로운 왕(?)이 등극하는 것이다. 새로 당선되는 예천군수는 인수위가 꾸려질 것(?)이고 슬로건과 CI도 전면 교체될 것이다. 양 진영 중 한쪽은 환호가, 한쪽은 낙선이 확실 시 되는 시간부터 눈물바다 내지는 서로 악수를 나누며 씁쓸한 유종의미를 나눌 것이다. 그렇게 4년이 지나고 나면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고 지금까지 그런 지방선거가 9번째고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거는 22번이나 지났다.
기자는 그동안 선거 관련 많은 기사를 작성하고 후보자들을 상대로 대담이나 토론회를 개최해 본 경험자로써 반드시 고쳐져야 할 2가지와 대안 2가지를 적시한다. 가장 먼저 선거는 돈과 조직이 당락을 결정한다. 후보자 마다 경제사정이 다르겠지만 선거를 두 번 낙선하면 집안이 망가고 세 번 낙선하면 폐인이 된다는 말이 있다. 특히 대담을 나누다 보면 이 사람은 당선되면 군민의 불행이고 낙선되면 당사자의 불행이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고 또 반대인 경우도 있다. 선거는 마약이나 도박과도 같다 한번 빠지면 권력의 매력에 도취되어 좀처럼 포기할 줄 모른다.
어떤 후보는 참으로 아까운 인재고 또 어떤 후보는 절대 당선 되서는 안될 인물도 있다. 물론 투표를 거치지 않고 무투표로 당선되는 셀프 당선자도 이번에는 513명이 된단다. 지난 5월 29일부터 유권자 주소로 선거공보물이 배송됐다. 후보마다 분량이나 페이지수도 다른 홍보물은 후보들의 경제 사정에 따라 다르지만 선거라는게 득표율에 따라 절반내지 전액이 보존되니 득표율이 낮은 후보 일수록 투자가 망설여 지는 것이고 높은 후보일수록 과감히 사용해도 선거법에 정해진 상한선만 넘지 않으면 되니 선거판도 부익부 빈익빈이라고 볼 수 있다.
빈곤의 악순환은 군소정당이나 무소속 후보에게 단순한 위축감이 아니라 양당 체제속에 자신의 소중한 권리가 사표가 될 것을 우려한 유권자들이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이 또한 민주주의 정신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하겠다. 그래서 상한선을 채우고 회계 담당자만이 아는 이중 장부로 더 투자를 해야 당선 가능성이 가까워지는 것이 선거자금이다. 후원회 사무실을 차려 놓고 모금액이 단기간에 채워졌다며 지지도와 연결시키는 것도 결국 돈이다. 누군가 후원하면 그 돈은 본전 생각이 안날까.
누구나 귀한 돈을 갖다 바치고 싶어 바램없이 후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물론 선의의 후원도 있겠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것이다. 결국 대안이라면 특정인에게 신세지지 않고 군민 다수가 소액이라도 올바른 정치를 할 만한 후보에게 십시일반 보태야 당선되어도 바램이 없는 것이고 당선자 또한 신세를 갚아야 할 빚이 없는 것이다. 그럴려면 명분이 있어야 한다. 가령 식상한 출판기념회 말고 온 군민이 공감하고 혼과 얼을 다 나눌 수 있는 내용의 도서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런 도서가 있다면 후원자가 군민이고 책값을 낸 것이니 누구하나 바램이 없는 것이며 당선자는 당당하게 인재를 기용할 수 있는 것이다. 다음은 조직이다. 선거가 시작되면 너도 나도 캠프에 모여든다.
상식적으로 선거 전문가들도 있겠지만 적어도 한 두 달 이상 선거사무실에 상주하고 후보를 지지하려면 직업이 없는 실업자 이거나 경제적으로나 시간 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당선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부류여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디서 무슨 일을 하다 나왔는지 인산인해다. 투표 날짜가 임박할수록 이 같은 현상은 극에 달한다. 선거가 끝나면 각자가 군수, 도.군의원을 만들었다고 거품 물고 떠드는 사람들이 지천이다. 특히 양쪽 후보 사무실을 들락거리며 양다리를 걸친 사람일수록 자신의 공을 더 내세운다.
언론인의 가난은 수치가 아니라 함께 동행할 친구이며 온갖 조직에 대추나무 연걸리듯 얽혀 있으면 할 말도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글을 쓴다는 것은 외로운 직업이다. 정치인도 마찬 가지다. 아무나 붙잡고 형님아우해 버리면 사회의 지도층으로서 위신과 업무적 원칙을 어찌 지킬 수 있겠는가. 그래서 선거캠프에 들락거리던 함량미달의 한량이들이 당선 후 나대는 것이고 당선자는 보은 인사로 갚아야 하므로 정작 필요한 인재보다는 형식만 공개채용이지 사실상 내정된 인물이 요직에 앉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 대안이라면 군민의 마음과 현명한 선택이 조직이어야 한다. 그래야 당선자가 인재를 고루 기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며 해당 분야의 발전으로 행정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꾀할 수 있는 것이며 결국 모든 출발과 종착점은 유권자의 손에 달려있다. 선거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지만 모 후보 진영에서는 당선을 예감했는지 벌써부터 인수위 구성과 7월 1일자 공무원 정기인사 등에 관해 실세(?)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단다. 한심한 작태로 이를 지켜보는 패자의 아픔은 누가 보듬어 줄까. 승자가 패자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예천을 보고싶다.